"대표팀은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어 좋다"는 의미[여자 야구 현주소④]

관리자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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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40주년을 맞아 한국 프로야구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여자 야구선수는 40년이 지난 오늘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스포츠서울은 한국 여자야구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이천=황혜정기자] “대표팀에 오면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이 한마디가 대한민국 여자 야구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우리나라엔 여자 야구 실업팀이나 프로팀이 없다. 즉,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실력을 성장시킬 무대가 거의 없다.


지난 2일 경기도 이천의 한 야구장에서 만난 대표팀 선수들은 하나같이 대표팀에 또 오고 싶은 이유로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 실력을 키울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즉 대표팀은 선수들에게 충족하지 못한 야구 실력 향상을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는 간절한 기회다.


대표팀 주장 이빛나는 “대표팀에서는 자기 포지션에 따라 맞춤 훈련을 하는데, 각 소속팀에 돌아가면 상황에 따라 실력있는 사람은 여기저기 투수도 가고, 외야수도 가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한다. 따라서 주포지션 훈련을 집중적으로 못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대표팀 투수 박민성은 사이드암 투수로 슬라이더를 던졌을 때 휘어지는 각도가 일품이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 “뱀처럼 공이 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민성은 종종 포수로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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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대표팀 유격수 박소연.

여자야구엔 실업팀과 프로팀이 없기에 선수들은 전업 야구선수로 살지 못한다. 유격수 박소연은 항공운항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교 3학년이다. 2020년 대표팀에 처음 선발됐지만, 지난해에는 비행 실습 일정으로 선발전을 포기했다. 그리고 올해 다시 선발돼 두 번째 태극마크를 달았다.


“세계를 누비는 조종사가 꿈”이라며 밝게 웃은 박소연은 “미국 같은 경우는 국가대표 선수를 하면서 의사, 변호사인 경우를 봤기에 나도 야구 국가대표로 활동하지만 파일럿으로도 활동하고 싶다”고 미래의 각오를 다졌다.


박소연은 야구를 하기 위해 고향 부산에서 매주 주말마다 대전으로 올라온다. 그가 소속된 사회인 팀(대전 레이디스)이 대전에 있기 때문이다. 박소연은 “8살 때인 2008년, 당시 창단된지 얼마 안 된 ‘대전 레이디스’ 팀을 TV에서 봤다. 그때부터 커서 이 팀에 꼭 들어가고 싶었다”고 야구를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대표팀 투수 김보미는 “(박)소연이를 보는 순간 느꼈다. 우리팀에 우승컵을 가져와 줄 ‘마지막 퍼즐’이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여자 사회인 야구팀에서는 창단된지 오래된 팀에 속하지만 그동안 우승컵이 없었던 ‘대전 레이디스’는 박소연이 입단하고 나서 5번의 전국대회에서 3회 우승, 2회 준우승이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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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빛나(가운데)가 블로킹 실수를 하자 이지아(왼쪽)와 박소연이 놀리고 있다.

대학교 1학년인 내야수 이지아는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체육학과를 준비하다가 흥미가 있는 정치외교학과로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대학교 2학년 심현정은 체육학과에 다닌다. 그는 “스포츠를 좋아해 체육교사가 되고 싶었으나, 막상 와보니 좋아하는 것과 직업으로 삼는 것은 다르더라. 그래서 진로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투수 이민서는 “대학에서 전공하고 싶은 학문으로 법학을 고민 중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고문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빛나는 “대표팀 훈련을 위해 합숙을 하면, 훈련이 끝나고 아직 학생인 선수들이 시험기간이라고 책을 들고 카페에 가 공부를 하더라. 학업과 병행하다 보니 운동에 집중하는 시간이 적은 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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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투수 사유리가 송구 훈련을 하고 있다.

일본은 고등학교 여자 야구 대회를 열면 50여개 학교가 출전한다.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남자 야구 대회를 열면 출전하는 수와 맞먹는다. 대한민국 남자 아마추어 고등학생 수만큼 일본 여자 야구가 활성화된 것이다.


일본은 소프트볼, 연식 야구를 시작으로 100년 넘게 발전해온 여자야구 선진국으로 꼽힌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야구를 계속할 수 있는 길이 있고, 전국에 수십 개의 팀이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최근까지 프로 리그도 운영됐다. 프로리그가 사라진 현재에는 한신 타이거즈, 요미우리 자이언츠 등 프로 구단들이 레이디스 팀을 창단해 여자야구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일본 여자야구 실업팀 ‘아사히 트러스트’에서 뛰고 있는 김라경은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 동료 선수들과 함께 사회인 야구팀 ‘JDB’(Just Do Baseball)를 창단했다. 외인 구단 형태로 2주에 한 번씩 모여 경기를 치른다. 현재 대표팀 선수인 조민지, 박민성, 이지숙, 사유리 등이 함께했다. JDB는 여자 사회인 야구팀이 아닌 남자 사회인 야구팀과 경쟁한다. 실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자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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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이 임동준 감독의 지도 하에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

한국여자야구연맹(WBAK)는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여자야구 클리닉’을 1년에 네 차례 개최하고 있다.


국가대표팀 주장 이빛나는 “가장 기억남은 클리닉은 2018년 대표팀 클리닉에서 일본 여자야구 대표팀을 초빙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존경하는 포수가 왔는데, 그때 자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질 정도로 배움에 대한 시간이 빠르게 갔다”고 돌아봤다. 이지아는 “코치님들이 수비 디테일과 피칭폼을 원포인트 레슨식으로 잘 알려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한국 여자야구 연맹도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어떨까. KBO 관계자는 여자 야구 활성화 방안에 대해 “KBO는 프로야구 리그를 관장하는 곳”이라며 “이 외의 것을 다루는 것이 조심스럽고 프로 리그 외의 것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결국 한국여자야구연맹에 더 많은 예산 지원과 실력있는 코치진과 선수들이 즐비한 프로 구단의 동참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KBO 관계자는 “우리가 프로 구단들에게 참여를 강제할 수는 없다. 자발적인 문제”라고 했다. 결국 프로 구단의 자발적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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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출처: https://n.news.naver.com/sports/kbaseball/article/468/00008918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