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여자야구월드컵에 출전한 야구국가대표 선수단 단체 사진. 사진 제공 | WBAK(한국여자야구연맹)
[스포츠서울 | 이천=황혜정기자] “다들 인생 내놓고 했죠.”
대표팀 방순진 트레이너는 지난 2008년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이 처음 생겼을 때 선발된 국가대표 출신 코치다. 한국 여자야구 성장사를 지켜봐온 방 트레이너는 “2008년 즈음 전국에 여자 사회인 야구팀이 6팀이었다. 부산에 한 팀, 전라도에 한 팀, 수도권에 다섯 팀 정도. 지금은 50개가 조금 안 되는 팀이 연맹에 등록돼 있으니 많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방 트레이너는 “초창기에는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다들 열정들이 어마어마했다. 우리나라 최초니까. 인생 내놓고 했다”고 미소지으며 “나이 서른이 넘어 일본에서 열린 세계 대회를 처음 나갔을 때 한계를 크게 느꼈다. 전국 6개 팀을 다 합쳐봤자 100명이 조금 넘는다. 우리끼리만 국내에서 운동하다가 처음으로 해외무대를 밟았는데 미국·호주 선수들의 ‘덩치’에 한 번 놀라고, 비슷한 체격을 가진 일본 선수들의 ‘실력’에 두 번 놀랐다”고 회상했다.
당시 대한민국 대표팀은 개최국 일본의 초청으로 사상 첫 여자 야구 대표팀을 구성해 제3회 세계여자야구월드컵에 출전했다. 2008년 남자 야구 대표팀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여자 야구 대표팀은 첫 걸음마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여자 야구 대표팀은 실업팀이 활성화된 미국, 일본 등 야구 강국을 상대로 처음 뛴 국제무대에서 2승을 거두는 등 8개국 중 6위(2승3패)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10년이 흘렀다. 2018년,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WBSC(여자야구 월드컵)에 참가했다. 캐나다, 미국, 베네수엘라,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푸에르토리코, 일본, 대만, 한국, 홍콩, 네델란드, 호주까지 총 12개국이 참가했고 대회 우승컵은 일본이 들어올렸다. 대한민국은 10위.
순위를 많이 끌어올리지 못했지만 경기 내용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 2008년 당시 대표팀은 일본에 0-11로 패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강호 호주에 1-7로 패했지만 선전했고 네덜란드와 홍콩을 상대론 승리했다. 대표팀 투수 김라경은 삼진 19개를 솎아내며 당시 대회에 출전한 일본, 미국 투수들을 제치고 이 부분 1위에 올랐다. 어시스트 부분에서도 내야수 염희라가 전체 5위를 기록했고, 출루율에선 내야수 김소연이 출루율 0.667로 전체 3위를 차지했다.
당시 지명 타자로 대회에 출전한 현 국가대표팀 주장 이빛나는 “미국이 천둥이랑 비가 내리면 우리나라랑 다르게 시합을 30분간 중단하더라. 사이렌이 울리면 우리는 버스에서 한없이 대기해야 했다. 네델란드전이 첫 경기라 시차적응도 안 됐고 컨디션이 다들 좋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대한민국은 당시 네덜란드에 2회말까지 0-5로 끌려갔지만 끈질긴 타선의 집중력과 투수 김라경의 호투를 묶어 여자야구월드컵에서 감격적인 9-8 역전승을 거뒀다.
당시 1사 만루에서 동점 적시타를 터트린 이빛나는 2016년 대표팀에 첫 발탁된 이래로 꾸준히 발탁된 7년 차 국가대표다. 그는 “갈수록 대표팀 수준이 높아지는데 연령대는 어려진다. 창창하다”며 미소지었다. 올해 선발된 22명 중 2000년대생이 14명이다. 평균 나이는 22.8세. 2008년 대표팀의 평균 연령이 32세인 것에 비하면 10살 어려진 것. 그만큼 미래는 밝다.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의 다음 목표는 내년에 열리는 아시안컵 입상이다. 3위 안에 들어 WBSC 티켓 확보를 노린다. 일본과 대만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빛나는 “사실상 필리핀과 3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대회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연습 초반부터 110km/h 위주의 공을 타격하는 연습을 하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한다. 수비적으로는 선수층이 젊어서 발도 빠르고 어께도 좋고, 나이가 어린데도 여유있는 모습이 좋았다. 타격만 보완하면 충분히 티켓을 따낼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JTBC 야구 예능 ‘최강야구’로 얼굴을 알린 대학야구 선수 윤준호, 유현인이 각각 두산(5라운드 49순위)과 KT(7라운드 70순위)에 지명됐다. 이들의 인기는 1라운드에 지명된 이들을 능가한다. 미디어의 순기능이다.
그 연장선에서 대표팀 방순진 트레이너도 ‘가시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요새는 인터넷이 발달돼 어린 친구들이 보고 ‘여자 야구 국가대표도 있네’ 하면서 야구를 시작한다.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결국 근본적으로는 어디선가 접해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어린 친구들도 부모들도 ‘우리도 한번 해볼까’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는 15~16, 22~23일 사흘 간 여자 야구 전국대회인 ‘LX배’가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다. 이 대회에서 여자 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만나볼 수 있다. 대표팀 선수들은 각자 소속된 사회인 야구팀에서도 활동하기 때문이다. ‘나인빅스’, ‘창미야’, ‘후라’, ‘당진 주니어’ 등 대표팀 선수들의 소속팀이 다수 이 대회에 출전한다. 개막전과 결승전 중계는 유튜브 채널 ‘최반장TV’에서 볼 수 있다.
‘최반장TV’를 통해 여자 사회인 야구대회를 중계해온 최태윤 씨는 “엘리트 체육이 아닌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생활체육 등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여자 야구는 10년 전부터 관심깊게 지켜봤다. 야구를 하시는 여성 분들이 엘리트 선수는 아니지만, 기본기라던가 야구 자세라던가 열정이 남자에 뒤쳐지지 않더라”고 말했다. ‘LX배’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t16@sportsseoul.com
기사제공 스포츠서울 황혜정
출처: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1166919
2008년 여자야구월드컵에 출전한 야구국가대표 선수단 단체 사진. 사진 제공 | WBAK(한국여자야구연맹)
[스포츠서울 | 이천=황혜정기자] “다들 인생 내놓고 했죠.”
대표팀 방순진 트레이너는 지난 2008년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이 처음 생겼을 때 선발된 국가대표 출신 코치다. 한국 여자야구 성장사를 지켜봐온 방 트레이너는 “2008년 즈음 전국에 여자 사회인 야구팀이 6팀이었다. 부산에 한 팀, 전라도에 한 팀, 수도권에 다섯 팀 정도. 지금은 50개가 조금 안 되는 팀이 연맹에 등록돼 있으니 많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방 트레이너는 “초창기에는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다들 열정들이 어마어마했다. 우리나라 최초니까. 인생 내놓고 했다”고 미소지으며 “나이 서른이 넘어 일본에서 열린 세계 대회를 처음 나갔을 때 한계를 크게 느꼈다. 전국 6개 팀을 다 합쳐봤자 100명이 조금 넘는다. 우리끼리만 국내에서 운동하다가 처음으로 해외무대를 밟았는데 미국·호주 선수들의 ‘덩치’에 한 번 놀라고, 비슷한 체격을 가진 일본 선수들의 ‘실력’에 두 번 놀랐다”고 회상했다.
당시 대한민국 대표팀은 개최국 일본의 초청으로 사상 첫 여자 야구 대표팀을 구성해 제3회 세계여자야구월드컵에 출전했다. 2008년 남자 야구 대표팀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여자 야구 대표팀은 첫 걸음마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여자 야구 대표팀은 실업팀이 활성화된 미국, 일본 등 야구 강국을 상대로 처음 뛴 국제무대에서 2승을 거두는 등 8개국 중 6위(2승3패)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10년이 흘렀다. 2018년,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WBSC(여자야구 월드컵)에 참가했다. 캐나다, 미국, 베네수엘라,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푸에르토리코, 일본, 대만, 한국, 홍콩, 네델란드, 호주까지 총 12개국이 참가했고 대회 우승컵은 일본이 들어올렸다. 대한민국은 10위.
순위를 많이 끌어올리지 못했지만 경기 내용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 2008년 당시 대표팀은 일본에 0-11로 패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강호 호주에 1-7로 패했지만 선전했고 네덜란드와 홍콩을 상대론 승리했다. 대표팀 투수 김라경은 삼진 19개를 솎아내며 당시 대회에 출전한 일본, 미국 투수들을 제치고 이 부분 1위에 올랐다. 어시스트 부분에서도 내야수 염희라가 전체 5위를 기록했고, 출루율에선 내야수 김소연이 출루율 0.667로 전체 3위를 차지했다.
당시 지명 타자로 대회에 출전한 현 국가대표팀 주장 이빛나는 “미국이 천둥이랑 비가 내리면 우리나라랑 다르게 시합을 30분간 중단하더라. 사이렌이 울리면 우리는 버스에서 한없이 대기해야 했다. 네델란드전이 첫 경기라 시차적응도 안 됐고 컨디션이 다들 좋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대한민국은 당시 네덜란드에 2회말까지 0-5로 끌려갔지만 끈질긴 타선의 집중력과 투수 김라경의 호투를 묶어 여자야구월드컵에서 감격적인 9-8 역전승을 거뒀다.
당시 1사 만루에서 동점 적시타를 터트린 이빛나는 2016년 대표팀에 첫 발탁된 이래로 꾸준히 발탁된 7년 차 국가대표다. 그는 “갈수록 대표팀 수준이 높아지는데 연령대는 어려진다. 창창하다”며 미소지었다. 올해 선발된 22명 중 2000년대생이 14명이다. 평균 나이는 22.8세. 2008년 대표팀의 평균 연령이 32세인 것에 비하면 10살 어려진 것. 그만큼 미래는 밝다.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의 다음 목표는 내년에 열리는 아시안컵 입상이다. 3위 안에 들어 WBSC 티켓 확보를 노린다. 일본과 대만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빛나는 “사실상 필리핀과 3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대회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연습 초반부터 110km/h 위주의 공을 타격하는 연습을 하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한다. 수비적으로는 선수층이 젊어서 발도 빠르고 어께도 좋고, 나이가 어린데도 여유있는 모습이 좋았다. 타격만 보완하면 충분히 티켓을 따낼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JTBC 야구 예능 ‘최강야구’로 얼굴을 알린 대학야구 선수 윤준호, 유현인이 각각 두산(5라운드 49순위)과 KT(7라운드 70순위)에 지명됐다. 이들의 인기는 1라운드에 지명된 이들을 능가한다. 미디어의 순기능이다.
그 연장선에서 대표팀 방순진 트레이너도 ‘가시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요새는 인터넷이 발달돼 어린 친구들이 보고 ‘여자 야구 국가대표도 있네’ 하면서 야구를 시작한다.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결국 근본적으로는 어디선가 접해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어린 친구들도 부모들도 ‘우리도 한번 해볼까’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는 15~16, 22~23일 사흘 간 여자 야구 전국대회인 ‘LX배’가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다. 이 대회에서 여자 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만나볼 수 있다. 대표팀 선수들은 각자 소속된 사회인 야구팀에서도 활동하기 때문이다. ‘나인빅스’, ‘창미야’, ‘후라’, ‘당진 주니어’ 등 대표팀 선수들의 소속팀이 다수 이 대회에 출전한다. 개막전과 결승전 중계는 유튜브 채널 ‘최반장TV’에서 볼 수 있다.
‘최반장TV’를 통해 여자 사회인 야구대회를 중계해온 최태윤 씨는 “엘리트 체육이 아닌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생활체육 등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여자 야구는 10년 전부터 관심깊게 지켜봤다. 야구를 하시는 여성 분들이 엘리트 선수는 아니지만, 기본기라던가 야구 자세라던가 열정이 남자에 뒤쳐지지 않더라”고 말했다. ‘LX배’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t16@sportsseoul.com
기사제공 스포츠서울 황혜정
출처: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1166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