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게임체인저. <16> 여자야구 황정희 회장

관리자
2023-03-21
조회수 76

 사람은 '어른'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그들은 아이로 태어나서, 만들어진 세상에 적응해 성장한다. 

그렇게 어른이 된 뒤,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기존 세상에서 좋은 평판을 얻는 것을 성공한 삶이라고 부른다면,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서 어떤 ‘판을 바꾸는’ 사람들을 우리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부른다.

지금의 대한민국 스포츠를 만든 어른들의 관점은 가치 중심적이지 않았다. 어떡하든 그 결과(숫자, 성적)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배웠고, 가르쳤다.

그렇게 만들어진 스포츠의 생태계는 여전히 그 기득권 카르텔에 의해 대물림의 관성을 유지한다. 게임체인저는 그 ‘대물림’을 거부한다.

그들은 스포츠의 개념을 숫자가 아닌가치 중심으로 바꾸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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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하는 회장님. 여쟈야구연맹 황정희 회장은 우리가 가진 여자야구의 개념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다. <사진 = 와이키키 스튜디오>


그런 도전을 하고 있는 ‘스포츠 혁신 아이콘’을 찾는 여정. 그 열여섯번째 주인공은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황정희 회장(사진)이다. 우리 여자야구는 이른 바 4대 인기스포츠로 불리는 축구, 배구, 농구  등에 비해 유난히 여성의 존재감이 약하다. 야구가 여성에게 친절하지 않았고 사회는 여자야구를 몰랐다. 하긴, 야구 종주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여자야구 소재 영화 제목이 '그들만의 리그(A League of their own)' 였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우리들의 리그'로. 

내가 하지 않으면 그들만의 리그지만, 내가 참여하는 순간 그 리그는 '우리들의 리그'가 된다. 우리는 세상의 반이 여성이고, 한국야구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더 특별한 이유도 젊은 여성팬이 많은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여성은 그저 야구를 '보는' 존재일 뿐, '하는' 대상이라고 쉽게 연결하지 못한다.  황 회장 역시 야구선수로 자신의 경력을 쌓아 온 것이 아니다. 야구를 좋아했지만 보는 데 멈춰 있었다. 그 역시 15년전(2008년) 어느 날 친구가 "야구하는 곳이 있는데, 함께 가 보겠느냐" 라고 했을때, "여자들이 야구를 한다고? "라며 되물었다.



"그때는 저도 여자가 야구를 한다는 걸 몰랐어요. 그래도 호기심으로 따라 갔더니 정말로 여자 선수들이 야구 훈련을 하고 있었고, 놀라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주말이면 빼 놓지 않고 야구를 했고, 조금씩 발을 더 들여 놓게 되더라고요... 선수로 하다가 팀을 만들고, 그 팀의 단장 역할을 하면서 야구 관계자들을 하나 둘씩 알게 되고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여자야구연맹 회장 선거에 나가게 되고 거기서 덜컥 당선이 되어서 이제는 야구를 떼 놓고는 다른 생각을 하기 힘들 정도가 됐습니다. "  


황정희 회장은 선수로서 외야수지만 시구자로로서도 좋은 투구 폼을 가졌다. <사진 = 황정희 자료>


황 회장은 2008년 야구를 시작할 때  회사원(SK 네트웍스)이었고, 여전히 회사원이다. 그런 회사원이 야구를 하면서 알게 된 한국 여자야구의 현실은 그라운드의 야구처럼 낭만적이지 않았다. 여자야구는 '팀'이라는 개념이 학교-지역-직업으로 성장하고 연결되는 다른 종목(남자야구, 축구, 배구, 농구 등)과 달랐다. 일단 우리나라에는 학교(초,중,고,대) 여자야구팀이 아직 없다. 야구를 하고 싶은 여성들이 뜻이 맞는 팀에 속하거나 팀을 새로 만들어, 그 팀, 선수를 연맹에 정식으로 등록하면 선수가 된다. 학생이라면 주말에 그 팀에 가서 운동을 한다.  

2023년 현재 연맹에 등록된 팀은 45팀, 선수는 880명 정도. (http://www.wbak.net/aside/team.php 링크참조. 회원가입필요) 여자야구는 그렇게 '그들만의 리그'에서 '우리들의 리그'로 옮겨가는 중이다.

"팀에서 선수로서, 단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다가 연맹차원에서 여자야구 발전에 힘써줄 인물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게 제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여자야구 연맹 초대회장이셨던 이광환 감독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그 분의 야구에 대한 열정을 존경합니다. 저는 그 분을 우리나라 '여자야구의 아버지'라고 여깁니다. 그런 좋은 회장님도 계셨지만 한편으로는 여자야구에 대한 열정보다는 그저 직함만을 위해 오셨던 회장님도 계셨어요. 그렇게 5대 회장까지 지나고, 2021년에 6대 회장을 뽑을 때 저도 다른 좋은 분을 모셔오기 위해 이곳저곳 다녔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민끝에 직접 출마하기로 했어요. 야구를 직접 하는 사람이 그 현실을 잘 알고 있다고 믿었고, 그런 사람이 발전을 위한 공감 능력이 클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한번 해보자'하고 도전했습니다. "  

사람은 '어른'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그들은 아이로 태어나서, 만들어진 세상에 적응해 성장한다. 

황정희회장은 2021년 여자야구연맹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 당시 5가지 공약을 내세운게 눈에 띤다.<사진 = 황정희 자료>


"회장으로서 연맹 행정을 맡고 나니 할 일이 산더미였습니다. 체계적인 운영 구조를 만드는 것 부터, 연맹 살림(재정적인부분)도 챙겨야 하고... 무엇보다 여자야구 저변을 넓히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게 필요했어요."


여자야구 연맹은 대한체육회-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산하 가맹단체로 대학야구, 리틀야구, 소프트볼 등과 같은 위치다. 대한체육회 지원과 회원(선수)들의 등록비(연 5만원)를 받아 각종 대회 운영과 국제대회 참가 경비를 충당한다. 연맹 살림이 빠듯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 사무국 직원들도 열정 충만하고 봉사 정신으로 뭉쳐있다. 


"여자야구팀의 특징 하나는, 팀마다 세대 간의 교류가 만들어진 다는 거에요. 한 팀에 10대선수부터 40대, 많게는 50대 선수도 있으니까요. 30년 넘게 차이나는 세대가 같은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것 부터가 우리 여자야구의 개성이죠. 그런데 경기력이나 국제 경쟁력을 생각하면, 10대 선수들의 저변이 넓어져야 합니다. 아무래도 일찍 야구를 시작한 선수들이 그 흡수력이 좋고, 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맹 차원에서 클리닉이라든가, 주니어 육성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여자야구는 이미 전국적으로 45~50개 팀이 있기 때문에 전국체전 종목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우선 시범종목으로라도 들어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지역별로 학교팀도 창단 가능성이 있죠. 한때는 남자=야구, 여자=소프트볼 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대착오적 얘기죠. 국제야구연맹(WBSC) 랭킹도 그렇고 여자도 야구하고, 남자도 소프트볼 하거든요. 야구를 좋아하지만 여자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어서 종목을 바꾸는 선수들을 보면 (그들이 계속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이하 인터뷰 전문 링크: https://m.blog.naver.com/insidepitch/223041157715?isInf=true

인터뷰 진행 및 제공: 프로스포츠 인플루언서 이태일

 



그렇게 어른이 된 뒤,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기존 세상에서 좋은 평판을 얻는 것을 성공한 삶이라고 부른다면,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서 어떤 ‘판을 바꾸는’ 사람들을 우리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부른다.


지금의 대한민국 스포츠를 만든 어른들의 관점은 가치 중심적이지 않았다. 어떡하든 그 결과(숫자, 성적)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배웠고, 가르쳤다.


그렇게 만들어진 스포츠의 생태계는 여전히 그 기득권 카르텔에 의해 대물림의 관성을 유지한다. 게임체인저는 그 ‘대물림’을 거부한다.


그들은 스포츠의 개념을 숫자가 아닌

가치 중심으로 바꾸려고 한다.



야구하는 회장님. 여쟈야구연맹 황정희 회장은 우리가 가진 여자야구의 개념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다. <사진 = 와이키키 스튜디오>

 

그런 도전을 하고 있는 ‘스포츠 혁신 아이콘’을 찾는 여정. 그 열여섯번째 주인공은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황정희 회장(사진)이다. 우리 여자야구는 이른 바 4대 인기스포츠로 불리는 축구, 배구, 농구  등에 비해 유난히 여성의 존재감이 약하다. 야구가 여성에게 친절하지 않았고 사회는 여자야구를 몰랐다. 하긴, 야구 종주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여자야구 소재 영화 제목이 '그들만의 리그(A League of their own)' 였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우리들의 리그'로. 

내가 하지 않으면 그들만의 리그지만, 내가 참여하는 순간 그 리그는 '우리들의 리그'가 된다. 우리는 세상의 반이 여성이고, 한국야구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더 특별한 이유도 젊은 여성팬이 많은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여성은 그저 야구를 '보는' 존재일 뿐, '하는' 대상이라고 쉽게 연결하지 못한다.  황 회장 역시 야구선수로 자신의 경력을 쌓아 온 것이 아니다. 야구를 좋아했지만 보는 데 멈춰 있었다. 그 역시 15년전(2008년) 어느 날 친구가 "야구하는 곳이 있는데, 함께 가 보겠느냐" 라고 했을때, "여자들이 야구를 한다고? "라며 되물었다. 


"그때는 저도 여자가 야구를 한다는 걸 몰랐어요. 그래도 호기심으로 따라 갔더니 정말로 여자 선수들이 야구 훈련을 하고 있었고, 놀라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주말이면 빼 놓지 않고 야구를 했고, 조금씩 발을 더 들여 놓게 되더라고요... 선수로 하다가 팀을 만들고, 그 팀의 단장 역할을 하면서 야구 관계자들을 하나 둘씩 알게 되고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여자야구연맹 회장 선거에 나가게 되고 거기서 덜컥 당선이 되어서 이제는 야구를 떼 놓고는 다른 생각을 하기 

황정희 회장은 선수로서 외야수지만 시구자로로서도 좋은 투구 폼을 가졌다. <사진 = 황정희 자료>

황 회장은 2008년 야구를 시작할 때  회사원(SK 네트웍스)이었고, 여전히 회사원이다. 그런 회사원이 야구를 하면서 알게 된 한국 여자야구의 현실은 그라운드의 야구처럼 낭만적이지 않았다. 여자야구는 '팀'이라는 개념이 학교-지역-직업으로 성장하고 연결되는 다른 종목(남자야구, 축구, 배구, 농구 등)과 달랐다. 일단 우리나라에는 학교(초,중,고,대) 여자야구팀이 아직 없다. 야구를 하고 싶은 여성들이 뜻이 맞는 팀에 속하거나 팀을 새로 만들어, 그 팀, 선수를 연맹에 정식으로 등록하면 선수가 된다. 학생이라면 주말에 그 팀에 가서 운동을 한다. 2023년 현재 연맹에 등록된 팀은 45팀, 선수는 880명 정도. ( http://www.wbak.net/aside/team.php 링크참조. 회원가입필요) 여자야구는 그렇게 '그들만의 리그'에서 '우리들의 리그'로 옮겨가는 중이다. 


"팀에서 선수로서, 단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다가 연맹차원에서 여자야구 발전에 힘써줄 인물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게 제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여자야구 연맹 초대회장이셨던 이광환 감독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그 분의 야구에 대한 열정을 존경합니다. 저는 그 분을 우리나라 '여자야구의 아버지'라고 여깁니다. 그런 좋은 회장님도 계셨지만 한편으로는 여자야구에 대한 열정보다는 그저 직함만을 위해 오셨던 회장님도 계셨어요. 그렇게 5대회장까지 지나고, 2021년에 6대회장을 뽑을 때 저도 다른 좋은 분을 모셔오기 위해 이곳저곳 다녔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민끝에 직접 출마하기로 했어요. 야구를 직접 하는 사람이 그 현실을 잘 알고 있다고 믿었고, 그런 사람이 발전을 위한 공감능력이 클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한번 해보자'하고 도전했습니다. "

 

 




 

황정희회장은 2021년 여자야구연맹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 당시 5가지 공약을 내세운게 눈에 띤다.<사진 = 황정희 자료>



"회장으로서 연맹 행정을 맡고 나니 할 일이 산더미였습니다. 체계적인 운영 구조를 만드는 것 부터, 연맹 살림(재정적인부분)도 챙겨야 하고... 무엇보다 여자야구 저변을 넓히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게 필요했어요."


여자야구 연맹은 대한체육회-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산하 가맹단체로 대학야구, 리틀야구, 소프트볼 등과 같은 위치다. 대한체육회 지원과 회원(선수)들의 등록비(연 5만원)를 받아 각종 대회 운영과 국제대회 참가 경비를 충당한다. 연맹 살림이 빠듯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 사무국 직원들도 열정 충만하고 봉사 정신으로 뭉쳐있다. 


"여자야구팀의 특징 하나는, 팀마다 세대(世代) 간의 교류가 만들어진 다는 거에요. 한 팀에 10대선수부터 40대, 많게는 50대 선수도 있으니까요. 30년 넘게 차이나는 세대가 같은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것 부터가 우리 여자야구의 개성이죠. 그런데 경기력이나 국제 경쟁력을 생각하면, 10대 선수들의 저변이 넓어져야 합니다. 아무래도 일찍 야구를 시작한 선수들이 그 흡수력이 좋고, 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맹 차원에서 클리닉이라든가, 주니어 육성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여자야구는 이미 전국적으로 45~50개 팀이 있기 때문에 전국체전 종목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우선 시범종목으로라도 들어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지역별로 학교팀도 창단 가능성이 있죠. 한때는 남자=야구, 여자=소프트볼 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대착오적 얘기죠. 국제야구연맹(WBSC) 랭킹도 그렇고 여자도 야구하고, 남자도 소프트볼 하거든요. 야구를 좋아하지만 여자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어서 종목을 바꾸는 선수들을 보면 (그들이 계속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이하 인터뷰 전문 링크: https://m.blog.naver.com/insidepitch/223041157715?isInf=true

인터뷰 진행 및 제공: 프로스포츠 인플루언서 이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