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스 구단주 시절 LX 구본준 회장.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 이천=황혜정기자] 소탈했다. LG트윈스의 ‘가을야구’를 상징하는 ‘유광점퍼’를 입고 조용히 경기장을 찾았다. 경호원을 대동한 떠들썩한 방문 쇼는 없었다.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우승 헹가래까지 기쁜 마음으로 함께 했다. ‘여자야구 키다리 아저씨’ LX홀딩스 구본준(71) 회장의 얘기다.
지난 29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2023 LX배 한국여자야구 대회 결승전 종료 후, 더그아웃 구석진 곳에서 구 회장은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챔프리그 우승팀 ‘서울 후라’ 선수단을 조용히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연신 지었다.
구 회장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더니 그는 “선수들이 고생 많았죠”라며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릴까 봐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구 회장은 “이제 플라이 볼(뜬공)은 다 잡네요, 허허”라며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구 회장은 한국 여자야구의 발전상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그리고 꾸준히 지켜봐 온 사람이다. 그리고 그 발전을 위해 직접 나서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린 LX배는 국내 여자야구 대회 중 유일하게 기업이 후원하는 대회로 LX그룹과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이 공동 주최·주관한다. 2012년 LG전자가 출범한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가 전신으로 지난해부터는 LX배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 LG배를 만든 이도 바로 구 회장이다. 당시 LG트윈스 구단주였던 구 회장은 여자야구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도울 방법을 찾다가 국내 최대 규모의 대회를 창설했다. 구 부회장은 2012년 첫 대회 당시 대회사를 통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자야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온 여자야구인들의 열정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며 “LG의 후원이 여자야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여자 야구가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바 있다.
그리고 그 소중한 뜻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회가 잠시 중단된 적은 있지만, LX배로 이름을 바꿔 명실상부 국내 여자야구 대회 중 최대 규모의 전국대회를 매년 열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 시설을 갖춘 경기도 이천에 있는 LG챔피언스파크에서 말이다.
LG트윈스 사령탑과 단장을 역임한 양상문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9일 LX배 결승전을 찾아 후라 유망주들을 지도했다. 사진상에는 안 나왔지만, 구본준 회장은 양 감독 옆에서 유망주들을 함께 세심히 살폈다. 이천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단순히 대회를 열기만 한 게 아니다. 매번 경기장을 방문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본다. 지난 29일엔 경기 도중 불펜 피칭장을 찾아 어린 유망주들을 세심하게 살피기도 했다. 구 회장은 결승전을 지켜보러 온 前 LG트윈스 단장 양상문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함께 불펜 피칭장으로 향해 ‘서울 후라’의 중학생 선수 정다은의 투구를 지켜봤다.
‘여자야구 간판’ 김라경이 같은 시각 불펜장에서 대타로 나설 준비를 하자 이때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봤다. 구 회장은 종종 “김라경이 운동 전에 매번 운동장 다섯 바퀴를 돈다”며 그 성실함을 칭찬한다. 그만큼 선수들의 루틴을 꿰고 있다는 후문이다.
29일 LX배 결승전에서 완봉승 및 6타수 5안타 5타점을 올리며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나츠미 후지타. 이천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이제 뜬공은 놓치지 않고 잡는 등 초창기보다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구 회장은 “일본 투수가 나오자 영봉패가 나왔지 않나”라며 아쉬워했다. 여자야구가 지금껏 많이 성장했지만 여전히 세계 최강국과의 격차는 크기에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묻어났다. 이날 결승전에서 후라의 선발 나츠미 후지타는 상대팀 양구 블랙펄스에 안타 3개, 볼넷 1개만 내주는 동안 삼진을 11개 솎아내며 7이닝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구 회장은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 일본 실업팀 ‘아사히 트러스트’와 MOU를 맺어 실질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아시히 트러스트’와 국내 여자 사회인 야구팀 ‘서울 후라’는 매년 교류전을 이어가며 각 팀에서 양국으로 서로 선수를 보내 선진 야구를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비용은 모두 구 회장 쪽에서 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X 구본준 회장이 3·4위전 및 결승전에 올라온 팀에 만찬을 제공했다. 사진제공 |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LG배부터 이어져 온 전통으로 LX배에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 바로 대회 마지막 날인 3·4위전과 결승전에 올라온 팀에 푸짐한 만찬을 제공하는 것. 구 회장은 매번 대회 종료 직후 만찬을 제공하는 의미로 “먼 길 떠나야 하는데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가라는 의미”라고 했다.
구 회장의 ‘특별한’ 요청으로 사진에 담지 못했지만, 구 회장은 선수단에 헹가래를 받았다. 서울 후라 선수단은 우승 세리머니 도중 구본준 회장의 이름을 크게 연호하더니 그를 기어코 번쩍 들어 올렸다. 여자 선수 10여 명이 힘을 합쳐 구 회장을 하늘 높이 세 차례 던졌고, 그도 기꺼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이들의 세리머니에 동참했다.
하늘을 날고 내려온 구 회장은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으니 기분이 너무 좋아요. 정말 좋네요”라며 빙그레 웃었다. 그 미소 속엔 여자야구를 향한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et16@sportsseoul.com
서울 후라가 2023 LX배 우승을 차지했다. 이천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LG트윈스 구단주 시절 LX 구본준 회장.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 이천=황혜정기자] 소탈했다. LG트윈스의 ‘가을야구’를 상징하는 ‘유광점퍼’를 입고 조용히 경기장을 찾았다. 경호원을 대동한 떠들썩한 방문 쇼는 없었다.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우승 헹가래까지 기쁜 마음으로 함께 했다. ‘여자야구 키다리 아저씨’ LX홀딩스 구본준(71) 회장의 얘기다.
지난 29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2023 LX배 한국여자야구 대회 결승전 종료 후, 더그아웃 구석진 곳에서 구 회장은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챔프리그 우승팀 ‘서울 후라’ 선수단을 조용히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연신 지었다.
구 회장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더니 그는 “선수들이 고생 많았죠”라며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릴까 봐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구 회장은 “이제 플라이 볼(뜬공)은 다 잡네요, 허허”라며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구 회장은 한국 여자야구의 발전상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그리고 꾸준히 지켜봐 온 사람이다. 그리고 그 발전을 위해 직접 나서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린 LX배는 국내 여자야구 대회 중 유일하게 기업이 후원하는 대회로 LX그룹과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이 공동 주최·주관한다. 2012년 LG전자가 출범한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가 전신으로 지난해부터는 LX배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 LG배를 만든 이도 바로 구 회장이다. 당시 LG트윈스 구단주였던 구 회장은 여자야구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도울 방법을 찾다가 국내 최대 규모의 대회를 창설했다. 구 부회장은 2012년 첫 대회 당시 대회사를 통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자야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온 여자야구인들의 열정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며 “LG의 후원이 여자야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여자 야구가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바 있다.
그리고 그 소중한 뜻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회가 잠시 중단된 적은 있지만, LX배로 이름을 바꿔 명실상부 국내 여자야구 대회 중 최대 규모의 전국대회를 매년 열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 시설을 갖춘 경기도 이천에 있는 LG챔피언스파크에서 말이다.
LG트윈스 사령탑과 단장을 역임한 양상문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9일 LX배 결승전을 찾아 후라 유망주들을 지도했다. 사진상에는 안 나왔지만, 구본준 회장은 양 감독 옆에서 유망주들을 함께 세심히 살폈다. 이천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단순히 대회를 열기만 한 게 아니다. 매번 경기장을 방문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본다. 지난 29일엔 경기 도중 불펜 피칭장을 찾아 어린 유망주들을 세심하게 살피기도 했다. 구 회장은 결승전을 지켜보러 온 前 LG트윈스 단장 양상문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함께 불펜 피칭장으로 향해 ‘서울 후라’의 중학생 선수 정다은의 투구를 지켜봤다.
‘여자야구 간판’ 김라경이 같은 시각 불펜장에서 대타로 나설 준비를 하자 이때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봤다. 구 회장은 종종 “김라경이 운동 전에 매번 운동장 다섯 바퀴를 돈다”며 그 성실함을 칭찬한다. 그만큼 선수들의 루틴을 꿰고 있다는 후문이다.
29일 LX배 결승전에서 완봉승 및 6타수 5안타 5타점을 올리며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나츠미 후지타. 이천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이제 뜬공은 놓치지 않고 잡는 등 초창기보다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구 회장은 “일본 투수가 나오자 영봉패가 나왔지 않나”라며 아쉬워했다. 여자야구가 지금껏 많이 성장했지만 여전히 세계 최강국과의 격차는 크기에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묻어났다. 이날 결승전에서 후라의 선발 나츠미 후지타는 상대팀 양구 블랙펄스에 안타 3개, 볼넷 1개만 내주는 동안 삼진을 11개 솎아내며 7이닝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구 회장은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 일본 실업팀 ‘아사히 트러스트’와 MOU를 맺어 실질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아시히 트러스트’와 국내 여자 사회인 야구팀 ‘서울 후라’는 매년 교류전을 이어가며 각 팀에서 양국으로 서로 선수를 보내 선진 야구를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비용은 모두 구 회장 쪽에서 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X 구본준 회장이 3·4위전 및 결승전에 올라온 팀에 만찬을 제공했다. 사진제공 |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LG배부터 이어져 온 전통으로 LX배에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 바로 대회 마지막 날인 3·4위전과 결승전에 올라온 팀에 푸짐한 만찬을 제공하는 것. 구 회장은 매번 대회 종료 직후 만찬을 제공하는 의미로 “먼 길 떠나야 하는데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가라는 의미”라고 했다.
구 회장의 ‘특별한’ 요청으로 사진에 담지 못했지만, 구 회장은 선수단에 헹가래를 받았다. 서울 후라 선수단은 우승 세리머니 도중 구본준 회장의 이름을 크게 연호하더니 그를 기어코 번쩍 들어 올렸다. 여자 선수 10여 명이 힘을 합쳐 구 회장을 하늘 높이 세 차례 던졌고, 그도 기꺼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이들의 세리머니에 동참했다.
하늘을 날고 내려온 구 회장은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으니 기분이 너무 좋아요. 정말 좋네요”라며 빙그레 웃었다. 그 미소 속엔 여자야구를 향한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et16@sportsseoul.com
서울 후라가 2023 LX배 우승을 차지했다. 이천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