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KIA, 롯데, NC... '여자야구' 후원 나선 구단들 여자야구 실업팀·프로팀 탄생 위한 KBO 노하우 및 도움 절실

한국여자야구연맹
2024-12-03
조회수 290

▲KIA 내야수 김도영이 지난 9월21일 여자야구 대표팀 투수 한시율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KIA 타이거즈 


KBO리그 구단들이 '불모지' 한국 여자야구 활성화를 위해 줄줄이 발벗고 나서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는 올 한 해 각각의 방법으로 '여자야구' 활성화를 위해 일일 레슨, 용품 기증, 대회 개최 등에 힘썼다.

먼저, 키움은 지난 8월31일 국내 유일 여자야구 동아리인 이화여자대학교 소속 야구동아리 '이화플레이걸스'를 2군 구장인 고양국가대표 훈련장으로 초청해 2군 설종진 감독을 필두로 지도를 펼쳤다.

당시 프로야구 코칭스태프 지도를 받은 '이화플레이걸스' 소속 학생들은 입을 모아 "전문적인 지도를 받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 기회로 야구 실력이 한층 상승한 것 같다. 이런 기회의 장을 열어주신 키움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화플레이걸스'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 정식 초청해 그라운드 캐치볼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키움은 오는 12월 7일부터 이틀간 고양에서 열리는 '2024 여자야구 클리닉' 후원에도 나선다.


 ▲키움히어로즈가 지난 8월31일 고양국가대표훈련장에서 이화여자대학교 야구동아리 '이화플레이걸스'를 대상으로 일일 야구교실을 열었다.

키움히어로즈 


지난 9월 21일엔 올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가 바쁜 시즌 중에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로 한국 여자야구 대표팀을 공식 초청했다.

비록 당시 경기는 우천취소됐지만, KIA는 여자야구 대표팀을 위해 단체석을 마련하고, KBO 공인구 240구를 선물하는 등 정성을 다했다. 기증식에도 KIA를 대표하는 선수인 김도영, 나성범, 양현종, 정해영이 함께했다.

KIA가 여자야구 대표팀을 초청하게 된 경위는 KIA 심재학 단장이 '불모지' 여자야구 대표팀 훈련 환경을 듣고 도울 방법을 찾기 시작하면서부터다. 


▲KIA타이거즈가 지난 9월21일 한국 여자야구 대표팀을 공식 초청해 KBO리그 공인구 240구를 증정했다.KIA 타이거즈 


심 단장은 종종 여자야구 대표팀의 발전이 곧 한국 야구의 궁극적인 발전이라며, 대표팀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훈련했으면 하는 마음에 KIA 2군 함평 구장 대관, 공인구 기증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다가 기증식을 통한 만남이 성사됐다.

초청 당시 여자야구 대표팀 유격수 박주아는 "좋은 프로야구 공인구로 훈련할 수 있게 됐다. KIA 구단에서 공인구를 선물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이 공인구로 열심히 훈련해 내년에 열릴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과 내겠다"고 다짐했다. 


▲여자야구 국가대표 박주아가 창원 창미야 소속으로 '2024 자이언츠배 여자야구 대회' 결승전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롯데자이언츠 


시즌 후에도 프로야구단의 '열일'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롯데자이언츠가 사상 첫 프로야구단 주최 '여자야구 대회'를 열었다. 바로 지난 11월 23~24일 이틀간 열린 '2024 자이언츠배 여자야구 대회'다.

단순히 부산 사직야구장만 대관해 준 것이 아니다. 선수단 입장 통로부터 '여자야구 대회'를 알리는 전광판으로 여자야구 선수들을 반겼고, 실내 훈련장 개방 및 그라운드 관리, 경기 후 구내 식당에서 정성스러운 식사 대접까지 철저히 책임졌다.

뿐만 아니라, 실제 프로야구 경기처럼 전문 장내 아나운서가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고, 전광판에 선수 사진, 이름과 기록이 나타났다. 이닝 중간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관중 호응도 유도했다.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황정희 회장은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롯데가 이렇게까지 대회를 철저하고 정성스럽게 준비해줄지 몰랐다. 롯데 박준혁 단장님과 '여자야구 활성화'를 위해 심도깊은 대화도 나눴다. 대회 기획부터 연맹과 소통하며 꼼꼼하게 준비해준 롯데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롯데자이언츠가 '여자야구' 대중화를 위해 지난 23~24일 이틀간 '2024 자이언츠배 여자야구 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결승전 모습.롯데자이언츠 


이밖에 NC 다이노스는 10년 넘게 여자야구를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NC는 지역 연고의 여자야구팀인 '창원 창미야'를 종종 초청해 시구 기회 및 레슨 지도, 그리고 공인구를 기증해왔다.

여성 스포츠 '붐(Boom)'은 세계적인 추세다. 지난 10월 30일, 뉴욕타임즈, 디에슬레틱 등 미국 유수 매체는 '미국 여자 프로야구 리그가 오는 2026년 창설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아직 실업팀 창단에 대한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전국체전에도 '여자야구' 종목이 채택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최근 프로야구단들의 여자야구 후원은 그간 여자야구를 '다른 나라' 사정인양 외면해왔던 행보와 대비되는 반가운 소식이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한국도 언젠가는 축구, 배구, 농구처럼 여자야구 실업팀, 또는 그 이상인 프로팀이 탄생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엔 올시즌 여성팬들의 열광적인 성원에 힘입어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달성한 KBO리그의 노하우와 도움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