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와도... '여자야구 대표팀'은 묵묵히 땀 흘린다 2025 아시안컵 대비 한창... "우리 실력 제대로 보여줄 것"

한국여자야구연맹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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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야구 대표팀 내야수 장윤서가 지난 11월 30일 성남 대원중학교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황혜정 


"제대로 보여줄 겁니다!"

11월 30일, 이틀간 최대 40㎝까지 내린 눈에 운동장은 새하얀 세상으로 변해버렸다. 결국 예정된 남자 엘리트팀인 경기 성남 대원중학교와의 연습경기는 취소됐지만, 대신 대원중 교내에서 눈덩이보다 더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얘기다.

프로야구 롯데·SK 출신 허일상 감독이 이끄는 여자야구 대표팀이 내년 가을, 중국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야구연맹(BFA) 주관 '2025 여자야구 아시안컵' 대비에 한창이다.

프로야구는 비시즌에 들어갔지만, 여자야구 대표팀은 오히려 고삐를 당겼다. 대회 준비에 본격 나선 것이다.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은 날씨지만, 허 감독은 훈련 강도를 높였다. 허 감독은 "대회를 잘 치르려면 '지구력'이 필수적이다. 동계 때는 오늘처럼 눈이 오고 추운 날이 많아 실내에서 '체력 강화' 위주로 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예고한 대로, 훈련 강도는 상당했다. 대표팀 야수조는 투수 장시환(한화이글스)의 친형이기도 한 장지훈 타격코치 전담 하에 쉼 없이 공을 쳐냈다. 쉬지 않고 한번에 50개씩 공을 쳐냈는데, 40개를 넘어설 즈음엔 모두가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정신력으로 겨우 타격을 했을 정도다. 그렇게 야수조는 한 명당 300개 이상의 공을 때렸다.

타격이 끝이 아니었다. 타격 훈련을 마치고 강당으로 올라와선 수비 훈련에 나섰다.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어 장 코치가 배트가 아닌 손으로 공을 굴리거나 띄워 올렸고, 선수들은 슬라이딩을 불사하며 몸을 사방으로 날려 공을 잡아냈다. 막내인 내야수 정다은(16)은 민첩한 움직임을 선보여 선수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수없이 엎어진 정다은의 상의는 온통 먼지투성이였다.

투수조도 '전력투구'에 가까운 캐치볼을 하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 특히 좌투수 김수진(29)이 한층 물오른 구위를 선보이며 대포알 같은 공을 뿌리자 대표팀 베테랑 투수 최송희(32)와 김보미(35)가 김수진을 향해 보기 드문 극찬을 하기도 했다.

다같이 점심을 먹고 들어와 쉬지 않고 배드민턴, 족구 등을 하며 단합한 대표팀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매서운 집중력으로 나머지 훈련에 임했다. 고강도 근력 강화 훈련도 거뜬히 소화한 여자야구 대표팀은 오는 12월 중순까지 훈련을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올시즌을 끝으로 프로야구 은퇴를 선언한 김강민(전 SSG·한화)을 비롯해 국가대표 내야수 김휘집(NC), 김용달 전 삼성 코치 등이 함께한다.


"2025년 국제대회, 기대됩니다" 

▲한국 여자야구 대표팀 내야수 정다은이 몸을 날려 내야 땅볼 캐치 훈련을 하고 있다.황혜정


여자야구 대표팀 에이스이자 내야수 박주아(20)는 "내년 국제대회가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엔 첫 국제대회를 경험해 대비가 미숙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내년엔 우리 대표팀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 여자야구 대표팀은 지난해 5월, 홍콩에서 열린 2023 아시안컵(BFA)에서 3위에 올라 같은 해 8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관 '2024 여자야구 월드컵 예선'에 출전했지만, 5전 전패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러나 올해는 '일 한 번 내겠다'는 다짐 속에 묵묵히 국제대회 준비를 하고 있다. 그간 대표팀은 동메달만 두 차례 따냈을 뿐, '세계 최강' 일본과 '2인자' 대만에 밀려 결승 문턱을 밟아본 적이 없다. 올해는 대만을 한 번 잡아보겠다는 각오다.

대기업 후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이렇다 할 언론의 조명 없이 대부분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의 빠듯한 예산만으로 대회 준비를 하고 있는 열악한 현실이다. 그래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이 도전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 정말 '일 한 번 내보자'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따뜻해지는 겨울이기 때문이다.


▲여자야구 대표팀 내야수 박주아가 성남 대원중학교에서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황혜정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이 성남 대원중학교 강당에서 근력 강화 운동을 하고 있다.황혜정


▲여자야구 대표팀이 성남 대원중학교 강당에서 워밍업에 나서고 있다.황혜정 


▲여자야구 대표팀 투수 최송희(왼쪽)와 김보미(가운데)가 훈련 중 카메라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다.황혜정


 ▲한국 여자야구 대표팀이 장지훈 코치의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로부터 후원받은 '케어풀리' 쿨셋과 핫슘 제품을 들고 단체 촬영을 하고 있다.황혜정